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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한국을 빛낸 위인 박혁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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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시조 박혁거세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

옛날 진한이라는 땅에 양산촌, 고허촌, 대수촌, 진지촌, 가리촌, 고야촌 이라는 여섯 마을이 있었습니다. 각 마을을 다스리는 촌장님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분들이었습니다. 여섯 분의 촌장님들을 모시고 마을 사람들은 서로 사이좋게 지냈는데 여섯 마을의 사람 수가 점점 늘어가면서 사람들의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각각 불평과 불만에 차서 이웃간에 싸움이 끊이지 않았고 서로를 욕하고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여섯 마을의 촌장님들이 모여 회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회의 끝에 여섯 마을을 합쳐 한 나라로 만들고 도읍도 새로 정하며 덕이 있는 임금을 모셔 마을의 질서를 바로잡자고 했습니다.  


촌장님들은 도읍을 정하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 사방을 살펴보았습니다. 한 겨울 추위도 제법 물러간 삼월 초하루 날이어서 벌거벗은 나무들은 벌써부터 봄을 맞이하는 듯 파릇파릇 싱싱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 양산 밑에서 환한 빛이 뻗어 나오는 게 보였습니다. 촌장님들은 빛에 이끌려 한달음에 그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빛은 나정이라는 우물가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우물 곁에는 흰 말 한마리가 무릎을 꿇고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흰 말은 촌장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부드럽게 흩날리는 말의 갈기는 눈부시게 희었고, 늠름하고 잘생긴 다리는 금방이라도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 올라갈 것만 같았습니다. 흰 말이 있던 자리를 살펴보니 반짝반짝 보랏빛을 띤 알 한 개가 있었습니다.



"예사로운 일이 아니군요. 저 흰 말은 꼭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습니다. 저 보랏빛 알은 신령한 기운이 감돕니다."

그 때였어요. 사람들을 본 흰 말이 히이힝히이힝 하고 길게 울더니, 이내 흰 갈기를 날개처럼 휘날리며 하늘로 날아 올라갔습니다. 촌장님들은 흰 말이 품고 있던 알을 조심스레 살펴보았습니다. 알은 투명하면서도 보랏빛을 띠고 있었는데 그 빛깔은 세상에서 없는 신비한 빛이었답니다. 촌장님들은 너무도 신기해 알을 들어 보기도 하고 톡톡 건드려 보기도 하였습니다.


"이 알은 새로 나라를 세우는 여섯 마을에 하늘이 내려 주신 선물이 분명합니다."

순간, 어디선가 아이의 옹알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알 속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요?"

"그러게요.  우리 이 알을 깨뜨려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봅시다."

그 때 또다시 알 속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울렸습니다. 촌장님들은 의논 끝에 알을 깨뜨려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알의 껍질이 너무 단단해 잘 깨지지 않았습니다. 촌장님들은 힘을 모아 알을 힘껏 내리쳤고 알의 보랏빛 껍질이 깨지며 사방으로 빛이 퍼져 나갔습니다. 동시에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알 속에 아이가 들어 있었던 겁니다.


"사내아이예요, 사내아이!  하늘에서 우리에게 장차 임금님이 되실 아기를 내려 주셨어요!"

알에서 나온 사내아이의 뺨은 잘 익은 복숭아처럼 복스럽고 눈에서는 밝은 빛이 반짝였습니다. 촌장님들은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고 오랜 옛날부터 신성하다고 소문난 동천이라는 샘으로 갔습니다. 아이의 몸을 깨끗한 샘물로 씻기기 위해서였습니다. 샘물에 아이를 담그자 물빛이 오색으로 변하고, 샘 가에 고개를 숙이고 봉오리 져 있던 들꽃들이 활짝 꽃잎들을 틔우며 피어났습니다. 물기를 닦자 아이의 몸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 빛은 해님과 달님을 밝게 비추고 온 하늘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였습니다. 숲 속의 동물들과 날아가던 새들도 샘터로 몰려왔고 아이에게 절을 하며 저마다 춤을 추었습니다.  


그 때, 땅이 한 번 흔들리며 마른하늘에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다들 하늘에서 내려 주신 왕자님이 틀림 없다며 아이가 어서 자라 나라를 밝게 다스려 주길 바라는 마음에 아이의 이름을 '혁거세' 라 지었습니다. 박처럼 생긴 알에서 태어났다 하여 성은 '박' 이라 하였습니다. 이분이 바로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랍니다.




박혁거세 부인 알영


그런데 박혁거세왕이 알에서 태어난 바로 그 날, 사량리라는 마을에 있던 알영이라는 우물가에서도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닭의 머리를 한 용이 나타나서 여자아이를 낳은 겁니다. 용의 왼쪽 갈비뼈 밑에서 나온 아이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는데 입술이 마치 닭의 부리처럼 생겨 사람들이 수군거렸습니다.  


"아이가 닭같이 생긴 용에서 나와 그런지 입술이 이상합니다.  아이를 월성 냇가에 데리고 가 한번 씻겨 봅시다."

마을 사람들이 아이를 냇물에 목욕시키자 신기하게도 아이의 입술에 붙어 있던 부리가 감쪽같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촌장님들은 우물가에서 태어난 여자아이의 이름을 그 우물의 이름을 따서 '알영' 이라 정했습니다.


장차 이 여섯 마을의 왕과 왕비가 되실 분들이니 정성껏 두 아이를 보살피고 이분들을 모시기 위해서 궁궐이 필요하다며 남산 서쪽에 있는 산기슭에 궁궐을 지었습니다.  그곳에서 혁거세와 알영은 무럭무럭 자라 두 아이가 열세 살 되던 해 촌장님들은 두 아이를 결혼시키고 왕과 왕비로 모셨습니다. 여섯 마을을 합친 나라의 이름은 '서라벌'로 정하였고 먼 훗날 '신라' 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박혁거세의 오릉


그 후, 혁거세왕과 알영 왕비님은 백성들의 사랑을 받으며 나라를 잘 다스렸고 61년이 되던 해 돌아가셨습니다. 왕께서 돌아가시던 날, 흰 말이 하늘에서 내려와 왕의 몸을 태우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 후 일 주일 동안 날은 흐리고 게속 비가 내렸으며 왕이 하늘로 올라가시고 7일째 되던 날, 천둥 번개 속에 왕의 몸이 다섯 조각으로 흩어져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 때 알영 왕비님은 혼자 남은 슬픔에 시름시름 앓고 계셨는데 혁거세왕의 몸이 하늘에서 떨어지자, 왕비님도 끝내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혁거세왕의 무덤은 다섯 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무덤의 이름도 '오릉' 이라 합니다. 또 뱀이 나타나 방해했다고 해서 뱀 '사' 자를 써서 '사릉' 이라고도 합니다. 혁거세왕의 뒤를 이어서 그 아들인 '남해' 가 왕이 되었습니다. 이 때 사람들은 왕을 '차차웅'이라고 불렀습니다. 남해 차차웅은 아버지인 혁거세왕, 그리고 자신의 뒤를 이은 유리왕과 더불어 신라를 다스린 훌륭한 임금이 되었습니다.


다섯 무덤으로 나뉘어진 박혁거세의 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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